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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시계 수집의 매력: 고장난 시간 속의 아름다움

by 앙젤라또영 2025. 5. 25.

망가진 시계 수집의 매력은 뭘까요? 고장난 시간 속의 아름다음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망가진 시계 수집의 매력: 고장난 시간 속의 아름다움
망가진 시계 수집의 매력: 고장난 시간 속의 아름다움

 

망가진 시계에 끌리는 이유: 수집가의 시작과 동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시계는 '정확한 시간'을 보여주는 실용적인 도구입니다. 배터리가 다 닳았거나, 내부 기계가 고장 난 시계는 보통 무용지물로 여겨지며 수리를 맡기거나 폐기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망가진 시계'를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시계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그 고장난 상태에 깊은 매력을 느끼며 의미를 부여합니다. 바로 ‘시간이 멈춘 순간’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내기 위한 여정이자, 정지된 기계 속에서 흐르는 인간의 기억을 수집하는 일입니다.

 

시계 수집가 A씨는 처음부터 망가진 시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원래는 오래된 기계식 시계에 흥미를 느끼고 수리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어느 벼룩시장에서 초침이 멈춘 낡은 손목시계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고, 그 시계를 손에 들고 있던 순간 묘한 감정이 들었다고 고백합니다. "그 시계가 멈춘 시점, 즉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 중요한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예컨대 사고가 난 순간, 이별한 순간, 혹은 전쟁이 끝났던 순간이었을 수도 있지요. 단순히 시간이 멈췄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이 시계의 전부가 되어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그날 이후, A씨는 ‘정확히 작동하는 시계’보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시계’에 매료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계가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더라도, 그 안에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망가진 시계를 하나하나 수집하다 보니, 그는 점차 시계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과 기억, 그리고 정서적 가치를 담는 매개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수집가 B씨는 고장난 시계를 ‘시간이 멈춘 박제’라고 표현합니다. 박제된 생명처럼 시계도 멈췄지만, 오히려 그 멈춤이 시간의 한 지점을 고스란히 담아낸다고 말합니다. 그는 군용 시계, 철도 직원용 시계, 공장 노동자들이 착용했던 공업용 시계 등을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는데, 그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바로 시계가 어떤 환경 속에서 ‘고장났는가’ 하는 점입니다. "기계는 상황에 따라 고장납니다. 강한 충격, 습기, 시간 경과, 또는 누군가의 무관심. 그것이 모두 하나의 기록이에요. 저는 그 기록을 수집하는 셈입니다."

이들의 공통된 철학은 ‘고장난 시계도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정확히 돌아가는 시계는 현재를 살아가지만, 멈춘 시계는 과거에 머물며 그 순간을 증언합니다. 어떤 시계는 초침이 9시 45분을 가리킨 채 멈춰 있고, 또 다른 시계는 하루 중 정확히 언제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에 멈춰 있습니다. 하지만 그 멈춘 시간이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라는 것이 수집가들의 관점입니다. 오히려 ‘그 때’가 이 시계의 존재 이유가 된다는 것이죠.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 수집가들이 망가진 시계를 수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수집가들이 복원이나 재작동을 추구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손상된 상태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둡니다. 왜냐하면 그 고장난 상태 자체가 시계의 역사이고, 그 ‘고장난 시간’이야말로 이 시계를 특별하게 만드는 정체성이기 때문입니다. 수리로 인해 그 흔적이 사라지는 것을 아깝게 여길 정도입니다. 수집가 C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장난 채로 남겨둘 때, 비로소 시계가 말문을 엽니다."

망가진 시계를 모으는 수집 행위는 단순한 수집을 넘어선 예술적 행위이자 감성적 기록의 보존입니다. 어떤 시계는 전쟁 중 병사와 함께했던 손목시계이고, 또 어떤 시계는 어린아이의 추억이 담긴 장난감 시계일 수도 있습니다. 작동하지 않지만, 그 시계가 있었던 시간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수집가들이 이 시계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이들은 시간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흔적’을 수집하는 사람들입니다. 흐르지 않기에 더 강렬한 시간, 멈췄기에 더욱 인상적인 기억. 망가진 시계 속에는 그렇게 멈춘 삶의 조각들이 정지된 채 보존되고 있습니다.

 

버려진 시계의 재발견: 길거리, 벼룩시장, 유품 속 보물들


망가진 시계를 수집하는 분들의 여정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감성적입니다. 수집가들은 중고 시장이나 골동품점에만 국한되지 않고, 길거리, 고물상, 심지어는 이삿짐센터나 유품 정리 업체를 통해서도 새로운 시계를 만납니다. 이들의 수집 방식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선, 마치 탐험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들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기억과 만나는 ‘채집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집가 D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중고시장이 열리는 서울의 황학동을 방문합니다. 그곳에는 오래된 카메라, 구식 라디오, 녹슨 금속 장식물 등 다양한 오래된 물건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찾는 것은 ‘기능하지 않는 시계’입니다. "시계를 모은다고 하면 다들 고급 브랜드를 생각하시지만, 제가 찾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시간이 멈춘 흔적이 있는 시계, 이름 없는 주인의 이야기가 담긴 시계를 찾는 거죠." 실제로 그가 가져온 시계들은 대부분 브랜드마저 지워졌고, 유리엔 흠집이 가득하며, 시계줄은 닳고 벗겨져 있었습니다.

이처럼 수집가들은 외형적인 가치보다는 ‘정서적 가치’와 ‘발견의 맥락’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 중에서도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시계들은 특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어떤 사람의 책상 서랍 속, 혹은 다락방 상자 안에서 나온 시계들은 시간이 멈췄지만 누군가의 손목에서 오랜 세월 함께한 물건들이기 때문입니다. 수집가 E씨는 고독사한 노인의 집에서 발견된 시계를 수집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이 시계는 그의 마지막 시간까지 함께 있었던 증인이죠.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버려진 시계를 얻는 과정 자체에서 느끼는 ‘구제’의 의미도 큽니다. 수집가 F씨는 공사장 주변이나 아파트 단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버려진 시계를 종종 발견한다고 말합니다. 대부분 고장 난 후 무심히 버려진 것들이지만, 그는 이 시계를 ‘구출’한다고 표현합니다. “누군가의 시간에 의미가 있었던 물건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버려진다는 게 마음 아파요. 저는 그 시계를 다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연결해주고 싶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망가진 시계 수집’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적 의미까지 내포합니다. 쓰레기로 분류될 물건에 새 생명을 부여하고, 잊힌 시간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활용’이 아닌 ‘재발견’의 행위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수집 공간도 흥미롭습니다. 수집가들의 작업실이나 집 일부는 수백 개의 멈춘 시계로 가득 차 있으며, 각 시계 옆에는 발견 장소, 예상 연대, 특징 등을 적어둔 작은 메모지가 붙어 있습니다. 어떤 공간은 마치 소형 박물관처럼 꾸며져 있어, 방문객들이 ‘정지된 시간의 전시회’를 관람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일부 수집가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이 시계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해 나가며, 공감과 위로를 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버려진 시계의 재발견’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일을 넘어서, 시간과 인간, 그리고 기억을 재조립하는 깊은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 수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망가진 시계가 전하는 메시지: 시간, 기억, 그리고 감정


‘망가진 시계’는 보통 ‘기능하지 않는 물건’으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수집가들의 눈에 이 시계들은 오히려 시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매개체입니다. 왜 우리는 시간을 흘러야만 한다고 믿는가? 시간이 멈췄다는 사실이 꼭 ‘끝’을 의미하는가? 혹은 그 멈춤 속에서 무엇을 되짚어볼 수 있을까? 망가진 시계는 이처럼 철학적 사유와 감정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수집가 G씨는 고장난 시계를 볼 때마다 ‘기억의 형태’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잖아요. 찬란한 순간도 흐릿하고, 사소한 장면이 선명하게 남을 때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멈춘 시계는 마치 그 사람의 기억처럼 느껴져요.” 그는 특히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시계들 속에서 가족사의 단면을 읽어냅니다. 시계 안에는 먼지와 녹이 스며 있지만, 오히려 그 시간이 쌓인 흔적 자체가 ‘기억’이자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망가진 시계는 감정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별의 상징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공을 기념했던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수집가 H씨는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들은 다음날, 오래된 시계를 꺼내 그가 마지막으로 찼던 시계를 수리하지 않고 진열해 놓았다고 말합니다. “그 시계는 지금도 8시 42분에 멈춰 있어요. 저는 그 시간에 멈춘 우정을 매일 봅니다.”

 

또한 망가진 시계는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것이 빠르고 정확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망가진 시계는 그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불완전한 상태로도 의미를 갖고, 오히려 그 결함 덕분에 더 큰 감동을 줍니다. 이런 맥락에서 수집가들은 망가진 시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완벽하지 않음에서 오는 정직함, 그리고 그 정직함이 감정적으로 더 진한 울림을 남긴다는 것이죠.

심리학적으로도 망가진 시계는 '멈춘 시간의 상징'으로써 상실, 트라우마, 회복의 과정을 대변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상담사는 실제로 망가진 시계를 활용해 내담자에게 ‘잊고 싶은 시간’ 혹은 ‘다시 마주하고 싶은 순간’을 표현하게 하는 방식으로 감정 치유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결국 망가진 시계는 단지 오래된 기계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깊은 이야기와 연결된 감정의 그릇입니다. 그 안에는 누구도 모르는 누군가의 삶이, 어떤 시간에 멈춘 채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수집가들은 그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모으며, 단절된 시간을 이어붙이고 있습니다.

 

망가진 시계 수집의 매력: 고장난 시간 속의 아름다움
망가진 시계 수집의 매력: 고장난 시간 속의 아름다움

 

마무리하며: 멈춘 시간 속에서 피어난 공감과 연결


망가진 시계를 수집하는 행위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멈춘 시간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고요한 여정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입니다. 수집가들이 시계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단지 오래된 부품이나 금속 조각이 아니라, 그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 감정, 그리고 잊히지 않는 기억들입니다.

비록 시계는 멈춰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멈추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유년 시절의 추억을, 또 다른 이에게는 상실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 조용한 물건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다시 묻게 합니다. 시간은 항상 흐르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기억은 멈춘 그 순간 그대로, 영원히 살아남는 걸까요?

망가진 시계를 수집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정답을 주지 않지만,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정지된 시간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우리 모두에게, 지나간 시간의 가치를 되새기고 현재를 더 깊이 살아가게 만드는 소중한 성찰이 됩니다. 그렇게, 시계는 다시 ‘움직이지 않아도 살아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